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검거한 DNA법 폐지 위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33년만에 이춘재씨를 찾아낸 결정적 역할은 다름 아닌 'DNA법'(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었습니다. 그런 DNA 법이 폐지 위기에 처했습니다.

조두순 성폭력 사건 이후 범죄 예방과 신속한 수사를 위해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 범죄자의 DNA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그 결과 DNA법이 탄생했는데요. 그런데 내년부터 이 법이 범죄수사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무슨 사연일까요?



◇DNA법, '헌법불합치' 결정…연내 관련법 보완·개정해야

이 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살인과 성폭력, 방화, 인신매매, 마약 제조·밀매 등 강력범죄로 구속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DNA 정보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채취 대상자가 이를 거부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채취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이 범죄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립니다. 헌법불합치란 법률이 위헌이어서 즉각 무효화해야 마땅하나,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법 효력을 인정하고, 이후에는 법을 개정해 위헌 소지를 없애거나 아니면 이 법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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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2019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DNA법 관련 조항은  무효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되면 강력범죄자들의 DNA를 더 이상 채취할 수 없게 되고, DNA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헌재 "DNA 채취 필요하지만 '불복 절차'는 있어야"

물론 헌재가 범죄자들의 DNA를 채취하는 것 자체를 안 된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DNA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장래 범죄수사 및 범죄예방 등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며 DNA 채취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뉴스1

헌재가 문제삼은 것은 채취대상자가 DNA 채취를 거부할 수 있는 '정식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영장을 집행하려면 대상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예컨대 압수수색 영장은 대상자가 현장에서 자기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대상자를 영장 집행에 참여시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압수수색 집행 후에도 준항고를 통해 영장 집행이 제대로 된 건지 따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DNA법에는 이런 절차들이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DNA법 다른 조항에 따르면 채취 대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 시까지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DNA 채취 영장이 집행되기 전 영장 발부에 대해 불복할 기회를 주거나 집행 이후 채취 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구제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는 판사에게 자기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절차가 있고, 영장을 집행한 후에는 법에 따라 제대로 집행이 됐는지 따질 수 있는 절차가 DNA 채취에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도 법 개정 고민…영국은 체포되면 당연히 채취

국회가 DNA법 개정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조문을 수정하기 위한 DNA법 개정안이 2건 올라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안과 권미혁 의원안이 그것인데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사 중입니다.

두 개정안 모두 DNA 채취 영장 발부 전 판사에게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이 고민입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처럼 판사 앞에서 직접 발언하게 하는 것과 진술서만 보내는 것,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전자는 판사에게 호소할 기회를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가뜩이나 부족한 판사 일손을 더 뺐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후자는 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과 판사에게 직접 호소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는 현재 해외 관련법을 참고하면서 보완책을 찾고 있다고 하는데요. 참고로 영국은 범죄자 DNA 샘플 채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체포된 사람에게 따로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진 않는다고 합니다. 미국도 콜로라도와 미주리, 네바다 등 일부 주에서만 DNA 채취 전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주에서도 체포된 사람에게는 DNA 채취 전 의견 진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글: 법률N미디어 김종훈 에디터
감수: 이소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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